top of page

2024

Eunhyung Kim

기억의 색 

 

암스테르담에 거주한 지 15년이 되었다. 매년 여름 7주 정도 한국에 다녀오는데 공항에 도착해 집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밖을 바라보면, 지난 한국에서의 기억이 타인의 시간을 경험하는 것처럼 다가온다. 그 리얼리티에 대한 불확실성 속에서 그 이미지들이 매몰되기 전에 기억을 지속적으로 떠올려본다. 그렇게 점점 아주 오래된 기억까지 도달하다 보면 내가 보았던 그 기억의 이미지들이 현실에 충실한 것인지 사실인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반복된다. 타인과 장소의 공유는 시간의 공유보다는 더 믿음직스럽지만 시간은 모든 것을 더 어렵고 뒤죽박죽 만들어 버린다. 시공간 모두 개인의 경험과 역사적 배경에 따라 얼마든지 왜곡될 수 있기에 우린 우리의 기억에 의문과 의심을 품기도 한다. 그렇다면 여기서 더 나아가 기억한다, 기억하지 못한다를 넘어서, 의식한다, 의식하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나의 의식이 결여하고 있는 모든 사물이 무의식이라 볼 때 무의식의 존재들 속에서 의식적인 존재들은 아주 작은 존재들이라고 할 수 있다.

 

프로젝트 ‘기억의 색’은 질 들뢰즈가 언급한 ‘베르그송의 시간 도식’을 떠올리며 매 순간의 현재인 점(.)에서 망각과 기억, 의식과 무의식, 자각과 무자각, 사실과 왜곡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질 들뢰즈가 언급한 앙리 베르그송의 ‘시간 도식’은 시간을 일련의 단순한 순간들로 보는 대신, 우리 내부 경험을 통해 느껴지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불규칙한 흐름으로 바라보는 방식이다. 이러한 시간을 ‘순수 지속’ 또는 ‘내적 시간’이라고 하며, 우리의 경험 속에서 서로 다른 순간들이 어떻게 얽히고 상호작용하는지를 탐구한다. 들뢰즈는 이러한 시간의 개념을 깊이 파고들어, 시간이 우리가 세상을 어떻게 인지하고 우리 자신을 어떻게 이해하는지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한다. 또한, 우리의 기억이 과거를 단순히 되살리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통해 과거를 새롭게 해석하는 과정이라고 본다. 그때 그 장소, 그 거리, 그 하늘, 그 산과 나무들, 그 건물들, 그 불빛들, 그 소리, 그 냄새, 그 사람들, 그 오가던 말들, 그 시간의 색들을 의식과 무의식, 망각과 기억. 그 어느 사이를 표류한다. 인간 개인의 기억은 얼마큼 완벽하고 믿음직스럽고 그 기억의 이미지를 기억하고 사유하고 표현 해낼 수 있을까? 이 표현 되어진 개인의 기억이 공유되면 그 기억은 또 다른 타자로 쓰여지고 그 공적인 기억은 다시 나의 기억을 조작하여 기록할 것이다.

 

현재 우리의 눈을 카메라가 대신하면서 명백하고 객관적인 현실의 외관을 충실하게 재현 해내고 우린 그것을 믿는다. 그러나 그 물질화를 통해서도 우리는 기억하지만 그만큼 얼마든지 또 망각한다. 그 반복되는 작용 속 내면의 움직임, 즉 비물질화를 통해 생겨난 시공간을 들여다보고 사실적인 사물의 형태를 표현하는 양식에서 벗어나, 다시 말해 외적인 표피가 아니라 그 본질을 들여다보고 도식적 선과 자유로운 파상선 사이의 갈등, 기하학적 형태의 악센트, 분명하면서도 불분명한 면과 색의 차이를 중심에 두고 탐구하였다. 
 

The Color of Memory 

 

It’s been 15 years since I’ve lived in Amsterdam. I visit Korea for about seven weeks every summer. As soon as I arrive at the airport, my memories of Korea that I've experienced are very unfamiliar just like I'm experiencing someone else's time when I look through the window in the car while heading home. In the uncertainty of the reality, I try to keep reminding myself of those memories before the images disappear. Whenever I dive deep into the memories more and more that I experienced a long time ago, it leaves me uncertain if the images of memories that I’ve experienced are true to reality. It is more reliable to share space with someone than to share time. Time makes everything more difficult and complex. Since both time and space can be distorted easily depending on personal experience and historical context, we sometimes have questions and doubts about our memories. Taking this concept further, moving beyond the binary of remembering or not, we arrive at the broader spectrum of being conscious or unconscious. Also, when considering every stuff without my consciousness as unconscious stuff, the consciousness stuff in the unconscious stuff are very small beings.

 

Project “The Color of Memory” recalls Gilles Deleuze’s mention of “Bergson’s time schema,” and goes back from the dot (.) representing the present of every moment to oblivion and memory, consciousness and unconsciousness, awareness and unawareness, and fact and distortion.

The ‘time schema’ mentioned by Gilles Deleuze, drawing from Henri Bergson, does not view time as a series of simple moments, but rather as a continuously changing and irregular flow experienced through our inner being. This concept of time, referred to as ‘pure duration’ or ‘inner time,’ explores how different moments interweave and interact within our experiences. Deleuze dives deep into this notion of time, explaining how it profoundly affects our perception of the world and our understanding of ourselves. Furthermore, he sees our memory not as merely reviving the past but as a process of reinterpreting the past through the present.They wander between the time of place, street, sky, mountain, trees, buildings, lights, sounds, scents, people, conversations exchanged, and the colors of the time. How perfect and trustworthy can an individual’s memory be, and how can a person can remind, speculate, and express the image of the memory? If someone expresses and shares their memories, those will be written in other text, and those official memories will manipulate and record my memory again.

 

Currently, cameras have replaced our eyes and they faithfully reproduce the appearance of reality which is obvious and objective. And we believe it. But even through such materialization, we remember, but at the same time, we become oblivious. By looking at the internal movement of the repetitive actions, in other words, the space-time created via dematerialization and I’ve tried to get out of the original format expressing the actual shape of the stuff. That is to say, I look at the essence instead of the outer surface and explore by focusing on the conflict between schematic lines and broken lines, the accent of geometric forms, and the difference between clear and unclear surfaces and colors. 

​<후기>

프로젝트 ‘기억의 색’은 암스테르담과 서울을 오가며 2년 동안 진행되었다. 나의 지난 20여 년간의 작업은 ‘사회-지극히 평범한 한 개인의 삶-미술’ 이 세 가지 영역을 오가며 마주하게 되는 정황들이 나 자신의 사유체계를 뒤흔들 때 그 현상들을 관찰하고 집중해왔다. 이삼십 대에 마주한 사회(외부)의 부조리함, 편견, 인권, 공동체에 대한 의문 등의 문제들을 인지하고 이 주제들은 주로 퍼포먼스,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과 같은 형식의 매체로 표현했다. 어느덧 나는 마흔의 나이를 지나며 내가 만든 ‘하나의 원 (사회-개인의 삶-미술)’에서 자연스럽게 ‘개인’에 집중하는 필요성을 갖게 되었다. 그 자신(내부)에서 시작해 ‘하나의 원’ 사이에 마주하게 되는 순간을 집중한다. 내게 이 세 영역은 구분하지만 구분되지 않는 연결된 하나로 존재한다. 하나로 존재하는 이 원 안에서 생각의 움직임 가운데 자극이 되는 한 점을 통하여 생겨난 사유는 개념이 된다.

 

그렇다면 내게 미술은 무엇인가? 미술은 늘 시대와 현 사회를 반영해 왔다. 그 주제를 표현 해내는 매체 역시 새로운 기술, 도구의 사용 또한 미술가로 하여금 끊임없이 시도되어 왔다. 나 역시 현시대에 마주하게 되는 것들에 대해 미술을 통하여 타자로 하여금 그 주제를 환기 시키는 작업을 한다. 이때 미술의 주제가 현재 사회적으로 매우 중요하게 여겨지는 문제이든 아주 사소한 개인의 이야기이든 ‘현전하는 현상들을 발견하는 것’. 내게 미술은 기존에 있던 인식을 변화시킬 수 있게 노력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며, 미술(美術)이 아름다움을 시각적으로 표현함에 있어 흥미로운 시각을 경험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며, 또한 그로 인해 우리가 인지하지 못했던 부분은 상기시키고 그 현상들을 표현하는 것이다.

 

나의 작업 과정은 여러 단계를 거친다. 응시의 대상을 정하고 자료를 수집하고 그에 따른 서적을 참고하고 대상에 대한 인터뷰 등을 거쳐 글쓰기와 드로잉을 기반으로 한다. 그에 따른 결과물(매체)은 다음 선택이다. 이 프로젝트의 표현 매체로는  캔버스 위에 페인팅으로 선택하였다. 개인의 삶의 기록을 관찰하고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들은 이 매체로 표현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나의 생각이 엉켜 있을 때, 커다란 구덩이에 빠져 여기저기 불빛을 비춰보고 있을 때 하나의 드러나는 선이 되어주는 (늘 내 작업의 기반이 되어주는) 질 들뢰즈의 철학과 베르그송, 바실리 칸딘스키의 논문 자료를 참고하였다. 

 

36점의 완성된 페인팅을 바라보며 결과물로는 보이지 않는 과정이 한 개인의 평범한 삶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페인팅은 멈추어 있는 결과물이 아니었다. 나는 그려내는 목적을 가지고 캔버스 앞에 섰으나 그 캔버스 위에서 행해졌던 나의 행위의 시간은, 매우 목적이 없어지는 ‘지금, 현재, 시공간’의 반복을 경험하게 하였다. 하나의 캔버스 위에 끝(결과물)은 오지만 내게 중요한 것은 이 위에서 행해졌던 사유와 시공간이며 그 반복 속에 그 끝은 내게 그저 맞이하게 되는 부분이 되는 것이다. 이 한 부분을 타자와 공유하며 그들 각자의 ‘기억’(경험)에 따른 다양하고 흥미로운 ‘색’(사유)를 경험하길 바란다.

​김은형, 2024년 6월

 

<Review>


The “Colors of Memory” project took place between Amsterdam and Seoul over two years.

In the past 20 years, my work has focused on observing the situations and phenomena of encountering “society, a life of an extremely ordinary individual, and art” shake my own thought system. In my twenties and thirties, I recognized and questioned the absurdity of society (the outside world), prejudice, human rights, and community and expressed these themes mainly through performance, documentary, and animation. Now, as I pass the age of forty, I naturally feel the need to focus on the “individual” within “a single circle” (society -  individual life - art) that I created. Starting from myself (inside), I focus on the moments I face among the elements of “a single circle.” For me, these three areas exist as one, categorized but not separable. Within this single circle, a thought is generated from a stimulus amid the movement of thought, which then becomes a concept.

What does art mean to me? Art has always reflected the times and contemporary society; artists have constantly tried using new technologies and tools to express those themes. I also use art to make others aware of the issues I discover in modern society. Whether the subject may be a critical social issue or a trivial personal story, art is about “discovering phenomena of the present.” For me, art should strive to change existing perceptions, experience an intriguing perspective on how art visually expresses beauty, and remind us of what we have been unaware of and express those phenomena.

My work process involves several steps; I decide on the object to observe, collect materials, refer to relevant books, interview the subject, and then write and draw. Choosing the resulting product (medium) comes next. For this project, I chose painting on canvas as the medium, which was perfect for expressing my observations on my personal life records and the questions I asked myself. When my thoughts were tangled with one another, when I fell into a bottomless pit and was shining a lamp in the dark, I referenced Gilles Deleuze (who has always been at the base of my work), Bergson, and Wassily Kandinsky’s research.

Looking at the 36 completed paintings, I realized that the invisible processes closely resemble the ordinary life of an individual. Painting was not a static product. I stood in front of the canvas with the purpose of painting, but the time of my actions performed on the canvas allowed me to experience the repeat of “now, present, and its time and space” that lost their purpose. The end (the result) is bound to arrive on a canvas, but what is important to me is the thinking, time, and space spent on it, and in the repetition, the end becomes a part that I simply end up facing. I hope to share this part with others and hope they can experience various fascinating “colors” (thoughts) based on their own “memories” (experiences).

Eunhyung Kim, June 2024

bottom of page